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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부어도 오얏이 그대로다. 가짜였다. 로봇이 사기쳤다. 인간을.

그림자는 옛날 지역 갱들에게 구타당해 다리를 저는 신세였고, 러너일도, 싸구려 고층아파트 거주도 힘들게 되어 물질계 노동판을 기웃거려야만 했다. 메카트로닉스 AI] 들만으로 구성되는 작업장에 법에 따라 생체를 가진 인간이 꼭 필요한 일들이 간혹 있었고, 오늘도 왠 로봇을 따라 간 곳에서는 예상 외로 힘든 노역까지 시켰고, 그렇게 받아온 오얏 3개였다.

화장실과 욕조가 한 방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누워 상을 걸쳐놓고 그 오얏 하나를 컵에 넣고 오얏 반 개어치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3분은 커녕 10분째다. 10분간 그림자는 그대로인 것은 오얏과 마찬가지인 자신의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로봇따위가 인간에게 사기를 치다니. 숭고한 인간의 지엄한 분노의 마음을 표출하며 오얏에게 분노하여 뜨거운 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을 넣어 움켜질 생각이었다.

그 물은 같잖은 지엄한 분노를 날려버릴 만큼 충분히 뜨거웠고 그림자는 손을 빼 휘저으며 벌떡 일어서다가 상을 엎고 컵을 엎질러 뜨거움에 발버둥 치다가 욕조를 찬 발가락이 부러진듯 너무 아파 웅크렸는데 신음이 절로 나오다가 이젠 눈물이 줄줄 흐른다. 젖은 팬티가 뜨겁고, 손은 화상인지 욱신거리고, 발가락이 아프고, 그 와중에도 덜컥 내일 일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그 걱정 자체가 서러웠다. 모로 누워보이는 욕조 안의 바로 선 밥상이 어딘가 지독히 비틀어진 자신의 인생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너무나 슬퍼졌다. 부당했다. 너무나 부당했다. 누굴 원망해야할지 모르는 것이 너무 슬펐다. 욕조를 관으로 삼고 싶어도 물틀 돈이 없어 눈물에 잠겨 죽어야 할 판이다.

눈 앞에 그 변치않는 오얏이 물 젖어있다. 왠지 그 오얏에 동질감을 느낀 그림자는 벌개진 손끝을 뻗어 오얏을 집었다. 그 안에 무언가 반짝인다. 그렇게 그림자AI조직과 접선하게 된다.

nft_fewk0104.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3/11/13 07:41 저자 whtd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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